나를 더 밀도 있게 만드는 시간
타투이스트 최한나
평소 타투를 작업할 때,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판타님만의 작업 철학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이 세상에 '그냥'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타투가 꼭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타투를 왜 했느냐고 물었을 때 그냥 했다고, 의미가 없다고 대답하기도 해요. 그런데 정말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요? 당사자는 아무 생각 없이 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은 '나'로부터 옵니다.
이 타투를 왜 하고 싶은지 질문했을 때 그 사람은 굳이 이런 걸 설명해야 하나 의문을 품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이유를 찾아내죠. 그 이유가 타당하건 타당하지 않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게 그 사람만의 이유이고, 그 이유를 통해 저는 디자인의 영감을 얻습니다. 이야기를 끌어내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디자인하는 과정은 쉽지 않아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엄청난 압박감과 피로감을 느끼지만, 이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고, 좀 더 그 사람만을 위한 그림을 그려주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말이 와 닿습니다. 판타님은 자신의 오롯한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예전에는 이타적인 삶을 살겠노라고, 항상 저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려 하고 양보하고 희생하며 살았어요. 나 자신은 힘들지만 그게 맞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결국, 제 말과 행동들은 인간관계를 힘들게 만들었고, 그 속에서 상처받고 지치기 시작했어요. 나 자신을 방치하고 챙겨주지 않은 결과였죠.
오롯이 나를 위한 삶을 살길 바란다는 말은 저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요. 타인의 감정을 들어주면서도 내 감정은 어떤지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남들도 소중하듯 나 역시 소중한 생명체이니까요. 모든 사람에게 잘하려고 노력하고 눈치 보는 행동을 줄이는 중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어요.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그게 잘 안되죠. 그래서 좀 더 저 자신을 사랑해주려고 저에게 집중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아닌 '나'를 생각한 일이 있다면?
누군가 저에 대한 이미지나 제 작업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진짜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저를 과대평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도 있고, 반대로 과소평가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타인의 시선과 평가들에 예민하게 반응을 했었어요. 좋은 평가를 받아도 의심했고, 나쁜 평가를 받으면 화를 냈습니다. 나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가 하나도 없다면서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저는 그게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런 면이 절 항상 힘들게 했죠. 사실 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이에요. 이것 또한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그렇게 안 됐죠.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책, 영상, 전문가들의 조언 등 여러 도움을 받아 정말 중요한 게 뭔지 깨달았어요.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남이 나에 대해 뭐라 말하든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되는 것 같아요.
판타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고 관찰하는 걸 좋아했어요. 특히 학생 때에는 매일 반복되던 등하굣길에 만나는 식물들을 보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꽃봉오리가, 어느 날은 활짝 핀 꽃을 보며 기분이 정말 좋았죠. 쉬는 시간 교실에서 보는 창밖의 하늘은 매일 매일의 색이 다르고, 구름의 모양도 시시각각 변했어요. 참 아름답고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 어떠한 것도 자연의 색감은 모방할 수도 없고, 이길 수도 없다며, 온전히 담기지도 않을 휴대폰 카메라로 한 장면 한 장면 하늘을 담았어요. 이런 저의 모습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이제는 소소한 기쁨을 알게 된 것인지 제가 느끼는 행복에 결국은 동참하게 되었어요. 우리에게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요. 그렇기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이러한 것들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여기는 이유는 꾸미지 않은, 포장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이어서가 아닐까요?
삶의 길 위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생각들을 담고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충분히 아름다운가요?
메디컬오는 여러분의 당당한 삶의 태도와 건강한 아름다움을 응원합니다.